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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수의 수다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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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성시사회적경제센터 조회 650회 작성일 22-10-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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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는 만큼 (모든 것을 다 알진 못하지만) '그래도 나 정도면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고 은연중에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취재를 하며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다수의 수다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자립준비청년들과 MZ청년들의 이야기와 생각을 전하는 토론회에 취재차 참석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요즘 워낙 많은 단체와 조직들이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문제 중 하나기도 해서 이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각종 SNS나 기사를 통해 캠페이너들의 얼굴을 봐 왔던 터라 처음 만났지만 반가운 기분이었다. 하지만 토론회가 진행될수록 ‘아차!’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자립준비청년들을 고아라고 표현하면서 무시하는 대사가 남발되는 드라마를 볼 때도, 또 주인공의 불행한 서사를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는 클리셰적인 장치로 자립준비청년들을 사용할 때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당사자 캠페이너가 ‘어디 근본도 없는 고아 주제에!’로 시작해 ‘고아새끼들은 어떻게든 티가 나요. 티가 나.’로 끝나는 대사들을 읊어주자 당사자도 아닌 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보육원을 퇴소한 친구들을 만나는 날의 가장 큰 화두는 ‘고아인 것을 들켰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아’인 것을 들켰냐는 이야기를 크게 할 수 없으니 고아를 거꾸로 한 ‘아고’를 은어처럼 만들었다. 이를 필두로 서류에 기재할 부모님의 적당한 나잇대와 직업, 내 성씨의 본관 찾는 법 같은 ‘아고’임을 들키지 않을 방법을 소곤소곤 나눴다. 

당사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들을 들으니 당사자가 아니라면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까지 알 수 있었다. 덕분에 더 깊고 섬세한 부분까지 고민하고 논의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더해 나도 이들의 삶에 도움이 될만한 뭔가를 고민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중요하다. 

이런 관심사와 걸맞게, 지난달 29일 이로운넷의 연례행사인 '2030세이가담'에서도 현장의 이야기를 담기 위한 '사회적경제는 우리의 삶이다' 세션을 맡아 진행했다. 현장에서 더 나은 방식을 위해 고민을 하는 분들을 모셨다. 각 조합의 이사장, 사무처장, 조합원까지 다양한 위치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섭외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막내 조합원의 세션참여를 해당 협동조합의 이사장과 다른 조합원이 듣는 상황이 마련됐다는 부분이다. 막내 조합원의 기분이 어떤지까진 확인하지 못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장이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조직원들은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실무자에 가까울 수록 내가 어떤 행사에서 우리 조직을 대표하거나 개인으로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미 N년차 이상의 경력을 가진 실무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취재를 할 때, 사업에 대한 세부적인 질문을 하다보면 실무에 대해서는 조직의 장보다 실무자가 훨씬 전문가임을 느낀다. 그래서 실제로 실무자들을 만나 기고를 제안하거나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부담을 느끼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좀 더 높은 편이다.  

물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세션을 통해 실무자도 실무자만의 이야기와 아젠다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아주 작은 가능성의 물꼬를 튼 것 같아 그 부분에서 기분이 좋았다. 사회적경제기업 역시 각종 사회문제의 당사자들이 나서서 만든 조직들이 많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님이 만든 협동조합, 마을과 지역에서 살아왔고 살아갈 주민들이 만든 마을기업, 장애인 고용을 위해 만들어진 소셜벤처, 여성들을 위한 스포츠 문화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등이 그 예다. 또 정책의 논의와 설계 이후 현장에서 이를 운영하고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을 만나며 직접 뛰는 구성원들도 있다.

사회적경제에도 다양한 분야의 당사자들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는 다수의 수다가 필요하다. 1년차는 1년차의 이야기가, 5년차는 5년차의 이야기가 있다. 다양한 N년차 구성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방식을 찾아가는 자리가 있다면 조금 더 희망찬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더 다양하고 더 깊은 발전 방향을 위한 논의가 마련되는 자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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